큰 귀에 코가 흔들흔들하는 회색 동물이 집체만 한 몸을 이끌고 널따란 들판을 거닌다. 옆에서는 작고 하얀 동물이 신이 나서 총총댄다. 타라와 벨라는 이렇게 산책을 즐겼다. 날마다, 나란히, 이 둘은 테네시주 엘리펀트 생추어리의 넓은 부지를 돌아다녔다. 심지어 수영도 함께 했다. 강아지 벨라가 코끼리 친구 타라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는 자신의 배를 타라가 거대한 발로 쓰다듬게 놔두는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타라는 생추어리 직원들의 격려를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떠돌이 개 벨라와 유대감을 쌓았다. 둘은 8년 동안이나 단짝 친구였다. TV와 인터넷 덕분에 둘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덩치도, 습성도, 성격도 전혀 다른 두 동물이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행복감을 선사했다.
2011년 어느 날, 벨라는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았다. 이 동물들이 몇 마리인지는 몰라도 코요테인 것만은 거의 확실했고, 벨라를 죽인 뒤에 떠났다. 벨라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것은 타라로, 타라는 죽은 친구를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축사로 데려갔다. 다음 날 아침 하루 종일 벨라는 보이지 않았다. 생추어리 직원들은 벨라를 찾기 위해 수색을 시작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채 다음날도 수색을 계속했다.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벨라는 공격당한 현장으로부터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장소인 축사로 가고 싶어 했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부상이 너무 심해 혼자 그 거리를 이동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타라는 벨라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타라는 무덤으로부터 90미터 정도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나무 몇 그루 뒤에 있었다. 하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다음날 직원들은 타라가 한밤중에, 아니면 새벽에 벨라의 무덤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가슴 아파했다.
타라와 벨라가 오랜 우정을 나누며 서로 얼마나 큰 기쁨을 얻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홀로 남게 된 동물이 어떤 슬픔 반응을 나타낼 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생추어리 보고서에는 짚고 넘어갈 만한 내용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벨라가 실종 된 후, 아직 죽은 벨라가 발견되기 전에 타라를 돌보던 이들은 타라가 이미 실의와 슬픔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타라와 벨라 사이의 깊은 감정 교류는 지난 몇 년 사이 종을 뛰어넘은 동물들의 우정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주제가 된 까닭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타라와 벨라는 둘의 다정하고 친밀한 모습이 영상에 담겨 인터넷에 퍼지면서 이러한 대중 현상이 나타나는데 한몫했다.